[사설] '매수' 판치는 농·수·축협 선거, 썩어 가는 '풀뿌리'

2015. 1. 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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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11일 실시하는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한 달여를 앞두고 불법·부정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돈 봉투 살포가 횡행한다. '돈 선거'가 난무하면서 과열 혼탁의 고질병은 도지고 있다. 이번 선거를 위탁관리하는 중앙선관위가 그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와 함께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선거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를 엄중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정도다.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 건수는 벌써 167건에 이른다. 검찰과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불법 선거운동 관련자는 훨씬 많다.

주민이 3800명에 불과한 충남 논산의 한 마을에선 주민 150여명이 조합장 출마 예정자에게서 1인당 20만원에서 1000만원씩 모두 6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판명나면 주민들은 최대 30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판이다.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경남 창원에서는 전 고성군 의원이 출마 포기를 대가로 축협 조합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전북 김제에서도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조합원 수백명에게 굴비세트를 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선거부정을 막겠다며 전국에서 동시에 선거를 치르는 취지가 무색하다.

농·수·축협, 산림 조합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전국 1328곳에서 시행된다. 예상 후보자는 약 4000명, 선거인 수는 280만여명에 이른다. 미니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열기가 뜨겁다. 과거의 예를 보면 투표율이 보통 80%를 넘는다. 그러나 선거가 복마전 양상으로 치달으니 후유증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조합장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인사 전권을 쥐는 자리다. 지역 사회의 유지 대접도 받는다. 후보자와 선거인들은 혈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다. 그러다 보니 금품 살포 등의 불법선거 유혹에 빠지기 쉽다. 부정선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조합장 선거는 지역경제와 주민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뿌린 돈을 회수하고자 하니 온갖 부정이 저질러지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제도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조합원이 앞장서야 한다. 선거 부정을 막아야 튼튼한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는 것은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조합장의 권한과 위상을 조정해야 한다. 조합장의 직무 행위를 지나칠 정도로 확대한 조합법도 바꿔야 한다. 입을 묶어버린 선거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불법 선거운동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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