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라도 화학성분 생필품 피해 없도록 하라

입력 2016. 5. 5.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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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뒷북도 뒷북 나름이다. 환경부의 뒷북은 참고 봐주기가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살균·항균 기능의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 제품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 절로 터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으로는 환경부의 검사를 통과한 살생물제로만 2차 생산품을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한다. 멀리서 따질 것도 없다. 동네 마트의 생활용품 코너만 가도 널린 게 살생물 제품들이다. 항균 물티슈, 방향제, 탈취제, 손 소독제 등을 온갖 업체들이 내놓고 판매 경쟁을 하는 현실이다. 단돈 1000원도 안 하는 초저가 물티슈들이 쏟아져 나와 께름칙해도 소비자들은 설마 했다. 환경·보건 당국이 기초 생활용품의 유해성조차 감독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랬는데, 뭔가. 이제와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니 지금껏 미허가 물질로도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생필품처럼 쓰는 다림질 보조제에도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이 있다는 분석이 뒤늦게 나왔다. 탈취제와 방향제에 쓰이는 주요 화학물질도 유럽연합(EU)에서는 진작 사용금지됐다. 우리만 괜찮다고 방치한 까닭을 납득할 수 없다. 정부만 믿고 앉았다가 가습기 살균제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국민 불안이 심각하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정부의 태만으로 더 커졌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등 떠밀려 내놓다시피 한 후속 대책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일부 살생물 제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관리하니 또 책임 소재 탓을 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전수조사를 한다지만 제조업체에 성분 자료를 강제로 요구할 법령도 없다. 가습기 사망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그동안 기초적인 관리감독망조차 손질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의 실책이 명백하고도 무거운데 누구 한 사람 책임을 진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누가, 어떤 이유로 책임을 방기하고 사태 확산 방지에 실기(失機)했는지 조목조목 따져 문책해야 한다. 지금에라도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그래야 할 것이다.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재발 방지 대책에 범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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