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 포기한 충암고 급식 비리

2015. 10. 5.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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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서울 충암중·고교에서 도저히 학교에서 벌어졌을 것이라고 믿기 힘든 급식 비리가 저질러졌다. 이 학교는 얼마 전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밥을 먹지 말라”고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던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측은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은 허위로 과다 청구했으며 식용유는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4억여원의 급식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의 급식 비리 실태를 들여다보면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식용유 10통이 들어오면 4통은 빼돌리고 나머지 6통을 가지고 새카매질 때까지 반복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식자재 비용이 1억 5400만원에 이른다. 학교 측은 음식 만드는 조리원들에게 급식을 교실까지 나르게 하고는 급식 배송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억57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중의 식당도 아닌 학교에서 버젓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뒤로는 이 같은 급식 부정을 저지르면서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급식비 안 냈으면 내일부터 밥 먹지 말라”는 등 반교육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충암고는 지난 4월 K교감이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며 미납학생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학생과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이 학교는 급식을 학생들의 한 끼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 아니라 돈벌이 사업으로 여긴 것이 분명하다.

시교육청은 급식비 부정에 연루된 충암고 전 교장 P씨와 행정실장 L씨 등 모두 18명에 대해 파면 요구 및 형사 고발 조치를 했는데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학생 건강과 직결된 급식 비리를 저지른 이들에게 횡령비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영원히 교육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2011년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등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고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렇듯 상습적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아예 문을 닫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한편으로 급식 운영 과정에서 각종 자재 빼돌리기 등으로 부정한 축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차제에 사학 전체의 급식 실태에 대한 전방위 감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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