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産銀·輸銀의 맹탕 셀프 개혁안..정부가 근본책 내놔야

기자 2016. 6.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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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3일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전면 쇄신해 새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사즉생은커녕 ‘생즉사(生卽死) 꼼수’가 돋보이는 맹탕 개혁안에 불과하다. ‘산은(産銀) 무용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를 불식시킬 근원 대책도, 진정성 있는 반성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개혁안도 도긴개긴이다. 알맹이도 없고, 재탕 대책까지 쓸어넣은 초(超)부실 방책일 뿐이다.

우선, 산은 혁신안부터 짚어보자. 기업 구조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회장 직속 특별자문단을 만들고, 외부 전문가·사외이사 중심의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 자회사 매각을 맡기기로 했다. 주요 의사결정 대부분을 대리인인 외부 전문가에게 의탁하겠다는 얘기다. 책임질 일이 발생할 때 경영진과 외부 인사가 책임을 미루기에 딱 좋은 구조다. 현행 문제점을 더 키우는 개악(改惡)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직원 재취업 금지안도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호언하지만 예외 조항이 많아 유명무실해질 공산이 크다. 수은(輸銀)도 금융위원회에서만 받던 경영평가를 기획재정부에서도 받겠다고 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모뉴엘 사기대출’ 재발 방지책에 들어 있는 안이다. 경영진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거수기 역에만 그쳐 비난을 자초해온 사외이사를 더 늘리겠다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이런데도 조선·해운업 부실을 방치해 11조 원의 혈세를 또 퍼붓도록 한 장본인들의 ‘반성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후안무치하다는 지적에 항변할 텐가.

국책은행 혁신의 핵심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과 방만 경영 개혁이다. 하지만 이번 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쏙 빠졌다.‘셀프 혁신’으로는 환골탈태할 수 없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 이제라도 화근까지 뿌리 뽑는 근본책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는 더이상 없다는 맹약(盟約) 등도 망라돼야 함은 물론이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제2, 제3의 이동걸·이덕훈’이 계속 배출되는 한 어떤 개혁안도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명적 국책은행 쇄신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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