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FTA에 붙은 혹 '1兆 기업 준조세' 바로잡아야

기자 2015. 12. 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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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韓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연내 발효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교역량의 25%를 점하는 중국과의 FTA는 뒷걸음질하는 수출의 활력을 되살릴 호기다. 해를 넘겨 발효되면 1조5000억 원 정도의 1년차 수출 증가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기업 표정은 밝지 않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란 1조(兆) 원짜리 해괴한 혹이 붙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한·중 FTA 처리 대가로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 등 관련 기업들에 향후 10년간 매년 1000억 원씩 걷기로 합의했다. 야당이 주장한 무역이득공유제의 변형으로, 세계에 유례없는 초법적 발상을 정부·여당이 받아준 것이다. 자발적 기부 형식은 말뿐이고, 결국 기업에 할당되는 준조세가 될 거라는 게 경험칙이다. FTA로 인한 개별 기업의 구체적 손익을 산정하는 것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금의 용처로 삼은 농어민 지원에도 함정이 있다. 한·중 FTA 대상에서 쌀·쇠고기·고추·조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은 대부분 빠졌다. 개방 수준도 품목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역대 FTA 중 가장 낮다. 정부가 밝힌 20년 간 농림수산업 예상 피해액이 3619억 원이다. 지난 6월의 4800억 원 지원 계획에 이어 이번에 재정과 ‘기금’을 합쳐 2조6000억 원을 추가로 내놓아 총액이 3조 원을 넘는다. 지난 20년 간 200조 원 넘는 돈을 농가 보조금으로 투입했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농업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돈으로 반발을 무마해온 포퓰리즘 정책의 재연이다.

기업은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고, 얻은 수익으로 법인세 등 세금을 납부해 국가에 기여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권력의 위세로 그 이상의 ‘성의’를 요구하는 일이 예사로 벌어진다. 박근혜정부가 진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희망펀드 등 일련의 사업에서도 예외 없이 기업들이 호출됐다. 한·중 FTA가 기업에 가져다줄 효과는 또 다시 추가된 준조세로 무색해질 판이다. 국가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세금으로 집행하면 된다. 이렇게 민간기업에 공공연히 돈을 뜯는 나라는 불량배나 다름없다. 반(反)시장적이면서 후진적인 준조세를 FTA 발효 전에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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