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 무시한 국회법 改惡,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기자 2015. 5. 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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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5월 임시회 회기를 하루 연장한 29일 미명(未明)에 기어이 위헌 소지가 짙은 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한 부대 조건으로 국회가 대통령령 수정권을 갖게 한다는 원내대표 담합에 따라 운영위가 급조한 국회법 개정안을 법사위,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국회법 제98조의2 개정안 요지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법규명령에 대해 국회가 직접 수정·변경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야 원대대표의 담합 초안은 이어 '수정·변경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은 지체없이 처리한다'는 것이었지만 그 가운데 '지체없이'라는 표현만 막판에 들어냈을 뿐이다. 국회가 2000년 2월 연중 개원 체제를 도입하고 운영 제도 전반을 개선하면서 대통령령 등에 대해 의견 제시가 가능하도록 보강한 제98조의2를 노골적인 수정·변경 요구권으로 변환해 법규명령에 대한 사실상의 생사 여탈권을 확보하겠다는 맥락이다. 야당이 5월 국회 마지막까지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연계시킨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개정 요구를 지렛대 삼아 정부의 행정입법 전반을 아예 볼모로 삼은 '야음(夜陰)의 개악(改惡)'이다. 재석의원 244명 가운데 찬성 의원이 211명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민의(民意)와 헌법을 함께 저버린 '그들만의 국회'임을 새삼 실감케 한다.

이번 개악안은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을 각각 국회·정부·법원에 귀속시킨 헌법 제40·66·101조의 권력분립주의 자체를 흔들면서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의 발령 근거인 제75·95조를 국회법 일개 조항에 복속시키는 하극상(下剋上)을 연출할 것이다. 그에 앞서 국회가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을 심사 내지 심판하겠다고 걷어붙이고 나선 것부터 명령·규제·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대법원 심사에 맡긴 헌법 제107조 2항을 유린하는 욕교반졸(欲巧反拙)의 월권이다.

개악 국회법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를 파탄으로 내몰아온 2012년 5월 이래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과 짝을 이뤄 '독재 국회, 난장(亂場) 상임위'로 직행할 것이다. 이대로 시행되게 한다는 것은 헌법의 기본적 가치와 민주주의 포기 밖에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헌법 제53조가 부여한 거부권을 행사해 헌법·헌정 수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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