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상정 대표의 자기反省..'합리적 진보' 출발점되길

기자 2013. 6. 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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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보정치'에 대한 자기 반성(反省)을 내놨다. 종북(從北) 경향과 당내 경선 부정(不正)으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연설이라는 대(對) 국민 약속을 통해 '자칭 진보'의 오류에 스스로 회초리를 들었다. 특히 핵심 지지세력이자 자금원이기도 한 민주노총을 비판한 것은 당의 존립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용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심 대표는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이념적 트라우마나 안보 불안을 깊이 주목하지 못했고, 이에 성실히 응답하지 못했다"며 종북의 오류를 지적했다. 심 대표는 이어 대기업 노조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도 받아들였다. 또 "민주화에 헌신했던 진보가 정작 스스로는 민주주의 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및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의 부정선거를 반성했다. 그런 과정에서 드러난 패권적 행태도 지적했다. 종북과 패권주의, 대기업 노조 편향성 등 진보정당이 금기시해 왔던 3가지 문제를 모두 꺼낸 것이다.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을 계기로 본격화한 제도권 진보정치는 노동자와 사회적 소외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8석을 얻어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노선 간의 갈등으로 분당과 합당을 반복하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으로 민주당과의 연대에 힘입어 13석이나 얻었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경기동부연합의 종북 민낯이 드러나면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으로 갈라섰다. 진보정의당은 오는 16일 혁신당대회를 열어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진보정치가 제대로 서려면 프랑스 좌파가 반세기 전 '종소(從蘇)' 교조주의를 버리고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표방해 집권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심 대표의 이번 연설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합리적 진보'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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