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現상황, 1990년대 日저성장 초입과 흡사하다"

기자 2012. 12. 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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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현(現) 상황이 일본이 겪고 있는 '잃어버린 20년'의 초입(初入)과 흡사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18개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구증가율 하락과 고령화, 신성장동력 부재 등 구조적 요인과 글로벌 경기둔화까지 겹쳐 일본식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 커졌다"고 밝혔다. 결코 허투루 넘겨서는 안될 신호다.

저성장의 가장 선명한 징후는 역시 기업의 설비투자 실종이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9.1%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3.7%로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더 비참하다. 3월 중 전년 동기 대비 1.3%를 기록한 이후 6월은 마이너스 5.5%, 9월에는 마이너스 9.1%까지 급락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9%, 2분기에는 0.3%, 3분기에는 0.1%로 급전직하 양상을 보인다.

금융조차 일본을 닮아간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부동산 거품 붕괴와 저금리 등에 따라 금융산업 전반이 부실화의 홍역을 치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저성장·저금리에 인구고령화, 부동산 추락 등의 조짐이 일치하고 있다. 금감원의 장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성장률이 1%로 떨어지고 금리가 현재의 2.75%에서 1%포인트 내려가며 부동산 값이 해마다 1%씩 하락할 경우 은행권 순이익은 5년 뒤에 현재의 5분의 1 토막난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으며, 10년 뒤에는 아예 5조2000억 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함정에 빠진 데는 대략 두 가지 오류가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일본 경제는 더 이상 선진국 모방을 통한 성장이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과거의 규제 체질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것이 성장률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후 경기부양이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성 재정지출을 반복하다 재정적자가 GDP 대비 230%에 이른 점도 위기를 심화시켰다.

일본 경제는 패러다임 전환의 대혁신이 없는 한 재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한국이 일본의 뒤를 밟지 않으려면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한편 개방·경쟁을 통한 혁신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일본처럼 단발성 경기부양을 되풀이하지 말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의 실패에서 오는 재앙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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