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윤선 장관, 문체부 최순실-차은택 인맥 솎아내라
[동아일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국회 예결특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최 씨의 측근인 CF 감독 차은택 씨가 문체부 업무에 관여된 부분이 상당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국가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문화 융성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문화 융성 예산과 사업을 두 사람이 좌지우지한 사실이 드러난 지금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든 안일한 답변이다.
조 장관은 9월 27일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야당의 추궁을 극구 부인했다. 이때까지는 취임 초기 내막을 몰라서 대통령을 두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두 재단 관련 의혹이 봇물 터지듯 제기된 13일 국감에서도 “면밀히 조사했지만 (두 재단 관계자들이) 사적 이익을 편취했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일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은 장관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최 씨 딸이 참가한 승마대회를 조사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옷을 벗었다는 보도를 두고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체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요 무대가 됐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장관의 무능력 아니면 직무유기, 둘 중 하나다.
최 씨와 차 씨가 2014∼2015년 문화 융성의 12개 사업과 28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1796억 원이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하는 등 문체부 예산을 주물렀다는 TV조선의 보도는 국민을 격앙케 한다. 문화 융성 문건이 만들어진 2014년 7월 유진룡 장관은 경질되고 다음 달 김종덕 장관이 취임했다. 유 전 장관은 “내가 나가자마자 바퀴벌레들이 쫙 출몰했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단’이 두 재단을 만들면서 기업에 8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긁어모은 것도 모자라 “세무조사를 시키겠다”며 조폭처럼 기업 강탈을 시도했다는 녹취록까지 나왔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최 씨가 소유한 더블루케이 사업을 지원하고 최 씨 측근이 받은 인사 청탁 이메일 계정의 사용자임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김 전 장관 시절 문체부는 ‘최순실-차은택 부(部)’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이들이 분탕질한 문체부와 산하기관들을 그대로 둔 채 조 장관이 문화 융성 사업을 이행하겠다고 우기는 것은 예산만 지키겠다는 ‘부처 이기주의’다. 최 씨와 그 주변인들의 배만 불리는 문화 융성은 오히려 자생력 있는 한류 문화를 파탄시킬 우려가 크다. 조 장관은 김 차관 교체를 대통령에게 즉각 건의하고 문체부 내 최순실-차은택 인맥을 솎아내는 등 문체부부터 바로 세우는 일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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