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단 식중독―비리로 얽힌 학교급식 제 자식에겐 먹일까

2016. 8. 24.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개학에 들어간 중고교 곳곳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과 교직원 700여 명이 식중독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이 9개 중고교 급식소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제 밝혔다. 연중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9월을 코앞에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폭염으로 식품이 상하기 쉬운 계절임을 감안해 학교와 정부는 개학 뒤면 거의 해마다 발생했던 식중독 위험에 바짝 긴장하고 대비해야 했다.

‘급식 식중독’은 서울 부산 대구 경북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4∼7월 학교급식을 종합 점검해 적발한 비리 677건 중에는 곰팡이가 핀 일반 감자를 부적합 지하수로 씻은 뒤 친환경 감자와 섞어 유기농 또는 무농약 감자로 포장해 납품한 곳도 있었다.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몇몇 업체는 차량과 창고에 돈을 주고 산 가짜 소독증명서를 버젓이 내걸었다.

식재료 제조업체 4곳은 구입 권한을 쥔 3000여 개 학교의 영양사들에게 16억 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제공한 의혹을 조사받고 있다. 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유령회사를 세우고 아는 업체들끼리 계모임을 꾸려 식재료 입찰에 무더기로 응찰해 낙찰 확률을 높인 업체 중에는 18개의 유령회사를 거느린 곳까지 있었다. 작년 5조6000억 원이던 급식 예산이 줄줄 새며 업자 배만 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공동 조달로 질 좋은 식재료를 싸게 구입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2007년과 2011년에 내놓은 학교급식 종합대책이나 매뉴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식중독 사고가 나도 업자에게 고작 과태료 수십만 원을 처분하는 데 그쳐 교정 효과는커녕 ‘돈으로 때우자’는 면피 의식만 키우기 십상이다. 이러다간 기업에 급식을 맡긴 과거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일어날 법하다.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골라보는 움짤뉴스 '말랑' 다운받고 이모티콘 받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