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퍼주기 감면에 집착하다가 면세자만 늘린 세법 개정안

입력 2016. 7.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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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부가 올해 만료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를 3년 더 연장하고 출산 장려 목적의 세액공제액과 근로장려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내놓은 2016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몰(日沒) 예정인 25개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21개 항목이 2, 3년씩 연장된다. 이에 따라 서민 중산층의 세 부담은 2442억 원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는 1009억 원 늘어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서민 지원에 쏠린 ‘포퓰리즘 세제’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 활력 제고, 민생 안정, 과세 형평성 제고, 조세 합리화에 중점을 뒀다고 했지만 지엽적인 세제 개편으로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달성하기 힘들다. 정부가 전임 최경환 경제부총리 당시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 세제를 시행한 지 2년도 안 돼 손질하는 것만 봐도 애초 타당성 조사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조세정책 운용 계획에서 ‘소득세에 대한 과세 형평성 제고’라는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공제제도를 줄이고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조치는 모두 빠져 개혁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힘들지만 꼭 필요한 개혁인데도 정부가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 같은 논란을 우려해 쉬운 개편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런 퍼주기 방식의 세법 개정으로 802만 명(48.1%)인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불공평 과세 구조를 심화시키는 개악(改惡)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심성 감세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맞물려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복지 수요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세제 개편을 마냥 미룰 순 없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 내에 조세개혁특별위원회부터 신설해 중장기 세제개혁안과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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