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 지하철 안전은 제쳐놓고 '대권 놀음'하나
[동아일보]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공 김모 씨(19)가 사망한 지 사흘 만인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전적으로 서울메트로에 있다며 지하철 공사 안전 관련 업무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서울메트로가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세워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과는 다른 발언이다.
박 시장은 “시 산하기관의 외주화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4년간 안전문 작업을 하다 정비공이 숨지는 똑같은 사고가 세 번이나 일어났다. 서울시 안전관리 총책임자가 산하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을 사죄하기는커녕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고발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니 시장은 잘못이 없고 ‘현실’이 문제라는 책임 회피로 들린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직후 2인 1조 근무 등 안전규정 강화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도 안전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5년 최저 금액을 써내 낙찰받았다니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에 신경을 더 썼을 것이 뻔하다. 희생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용역회사는 메트로 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때부터 주장해 온 자회사를 만든다면 퇴직 직원 일자리나 만들어주다 또 안전사고가 나지 말란 법이 없다.
생일 전날 숨진 김 씨의 가방에서 뜯지 않은 컵라면이 나온 데 가슴 아파하는 추모 행렬이 구의역에 꼬리를 문다. 박 시장은 시민 안전은 팽개친 채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알바 체험을 하며 ‘일자리 대장정’을 하고 있다. 서울에 ‘노무현 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처럼 정치적 성격이 짙다. 지난달 광주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3, 4일 충북 일대를 돌아다니며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대권 행보를 계속할 모양이다. 박 시장이 “돈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우선하는 행정을 계속하겠다”는 말대로 하려면 시장 직무부터 빈틈없이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대선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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