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김정은 특사 맞는 中, 북핵 개발 시간 벌어줄 참인가

2016. 6. 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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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북한의 외무상을 지낸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어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올 1월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을 찾은 북의 최고위직이다. 최고지도자의 신임이 두터워 김정은 특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해 김정은 방중(訪中)을 논의할 수도 있다. 북은 이수용 방중 직전인 어제 오전 강원 원산에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나 이동발사대에서 폭발해 실패했다.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더라도 핵과 미사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셈이다.

북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월 2일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되는 2일까지 유엔 회원국들은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도 독자 제재에 나섰다. 북이 최근 군사당국 회담을 하자며 파상적인 대남(對南) 평화 공세를 벌인 데 이어 중국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점점 조여 오고 있지만 중국의 제재가 관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수용의 방중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발효되고 3개월 뒤 최룡해 당시 군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것을 연상시킨다. 최룡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재개 등을 통한 문제해결 의사를 밝힌 뒤 중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됐으나 이후 달라진 건 없다. 북은 휴전선 목함 지뢰 도발에 이어 4차 핵실험까지 하며 핵 능력만 고도화했다.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주장하는 북-중 양국은 다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주는 협상 전술에 또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어제 실패한 북의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0∼4000km로 핵탄두를 탑재해 괌의 미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다. 북이 이수용의 방중에 맞춰 이를 쏘려고 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중국은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유엔 제재를 이행한다고 하지만 북이 붕괴하거나 북 주민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는 밀어붙이진 않는다. 북이 좀 더 버티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망상을 떨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중국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수용 방중은 중국이 과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고, 그 책임을 다하는지를 국제사회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차제에 이수용이 핵 포기 외엔 살 길이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김정은에게 보고하도록 만들어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중국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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