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동권 출신 원내대표 뽑은 더민주, '혁신' 가능하겠나

2016. 5.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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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어제 우원식 의원과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3선인 우 신임 원내대표는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로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이다. 이른바 86그룹으로 꼽히지만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가까워 범주류로 분류된다. 1차 투표에선 친노의 지지를 등에 업은 우원식 의원에게 졌으나 결선투표에서 86그룹에 비주류의 지지까지 얻어냄으로써 우 원내대표는 86그룹이 당분간 당내 주도세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오늘 우리 당은 변화와 혁신을 선택했다”며 “더민주당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원내를 차분하게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는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대여(對與)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벌써부터 20대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더민주당의 운동권 체질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문화일보가 20대 총선 당선자 123명을 분석한 결과(중복 허용) 운동권 출신이 57명으로 46.3%나 됐다. 19대 49.6%와 별 차이 없는 판에 86그룹 리더 격의 원내대표까지 뽑았으니 ‘도로 운동권당’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게 됐다.

우 원내대표가 계파 간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386 운동권’ 출신이 과연 당의 고질병인 ‘운동권 정치’와 ‘낡은 진보’의 이념을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노 친문계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확실한 자파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8월 말, 9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기 위한 전략적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가 친노 패권주의를 막아내고, 원탁회의 같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더민주당은 이제 단순히 제1 야당이 아니라 원내 제1당이다. 1996년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은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처음 실질적인 3당 체제를 맞았다. 지금까진 법안 발목잡기나 장외투쟁으로 국회를 마비시켜도 거대 집권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소수 야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변명하면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가 마비된다면 더민주당에 큰 책임이 돌아간다. 내년 대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성적표는 물론이고 국회 성적표도 함께 놓고 판단할 것이다. 우 원내대표 말대로 더민주당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반대만 일삼는 투쟁지향형 운동권 의식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지금이 86그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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