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합’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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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야당 추천 인사까지 포함한 '국정쇄신 정책회의'를 만들어 대통합 탕평인사를 비롯한 자신의 정치쇄신 공약은 물론이고 야권 후보의 공약까지 수렴해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고착화된 지역주의 정치와 대결 및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국민정당, 대통합내각, 시민의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두 공약을 포괄하는 열쇠말(키워드)은 '대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이념, 계층, 세대로 사분오열돼 갈등과 반목, 대립이 심해지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통합만큼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도 없다. 그런 점에서 두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새 정치와 함께 대통합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박 후보는 대선 초기부터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유신 등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고, 김대중(DJ)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으며, 한화갑 한광옥 씨 등 DJ계 인사들을 상당수 캠프에 끌어들였다. 호남에 대해서도 각별한 구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보와 탕평 인사 약속만으로 대통합을 이룰 수는 없다. '박정희 시대'를 비롯해 과거 권위주의 시절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상처를 진심으로 어루만지고 치유해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문 후보는 각종 연설에서 "상대를 실패시켜 성공하려는 정치, 서로 싸우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다짐과 통합의 구호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는 박 후보와 달리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문 후보의 핵심 지지기반인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은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의 진앙(震央)이었다. 통합의 구호 뒤편에서 '1% 대 99%'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 '특권연대 대 국민연대' 같은 편 가르기 식의 선거구도 만들기도 여전하다. 문 후보가 진정 대통합에 나서려면 무엇보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구분해 서로 적대시하게 만드는 노무현 식 편 가르기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통합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두 후보가 내세우는 대통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말 아닌 실천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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