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인 건강보험 진료비 급증, 근본대책 있나

동아일보

[동아일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의 전체 진료비 지출 중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쓰인 진료비 비중이 33.3%나 됐다. 이 비율은 2004년 22.9%, 2006년 25.9%, 2008년 30.8%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급증하는 데다 질병에 걸린 뒤 생존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고액 치료비가 드는 시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유 시간이 많고 아픈 곳도 많은 노인의 병원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에 따라 건보 재정의 부담이 커지면 향후 건강보험 운영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노인층에 보험료를 경감해 주고 있다. 이에 따른 부담은 공단이 자체적으로 떠안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료비는 국가가 직접 책임지며 차상위 계층의 보험료도 국가가 보조하고 있다. 농어민 보험료 경감분도 정부가 부담한다. 이 같은 정부 보조가 올해 5조3000억 원 규모다. 아직은 괜찮지만 고령화의 진행으로 건보 재정에 적자가 쌓이면 정부 재정 외에는 메울 방법이 없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그나마 순탄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늘고 저(低)성장에 따라 세입이 줄어들면서 재정의 미래는 어둡다. 조세연구원은 고령화 요인만으로 2050년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에 육박하는 12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연간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100만 원 진료비 상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공약이 실현되는 2017년 한 해 20조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환자들이 치료비를 더 내지 않게 되면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해 지출은 훨씬 늘어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중증 질환의 100% 국가 부담, 노인 임플란트의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두 후보 모두 장기적 안목에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고령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정교하게 예측하고 현실성 있게 대응하는 책임 있는 미래설계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