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미사일, 발사 연기 아닌 포기가 답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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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당초 오늘부터 22일 사이에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그제 새벽 "일련의 사정이 제기돼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단계별 추진체의 낙하지점을 통보까지 한 북한이 착착 진행하던 발사 스케줄을 조절하는 것은 연기 결정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금까지 예고한 미사일 발사를 포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시기를 다시 잡아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도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드러났다"며 북한이 외부의 압력으로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올 4월 13일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은 2분 15초 뒤 공중에서 폭발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축포를 쏘려다 대망신을 당했다. 불리한 것은 한사코 숨기는 북한도 4시간 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실패였기 때문에 불과 8개월 만의 재발사 시도를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혹한기 발사의 위험성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다. 이번 발사는 17일 김정일 사망 1주기와 30일 김정은의 총사령관 추대 1년을 기념하기 위한 충성잔치용이다. 북한 군부가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다 결국 연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으로 넘어가도 축포용 기념일은 널려 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하듯이 극복하기 어려운 변수가 생긴 이상 북한은 국내외 상황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북한은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김정은은 미국이 왜 올 2월 북한에 24만 t의 영양 지원을 하기로 약속하면서 관계개선 의지를 보였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에 신중한 행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거와는 다른 반응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란 수준 이상으로 대북(對北)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사장 건설비용을 제외하더라도 4억5000만 달러가 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 해 두 차례나 하려는 북한에 어느 국가와 국제기구가 식량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하려고 하겠는가. 북한이 발사를 강행해 국제사회의 대응이 강경해지면 김정은 체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것이다. 북한이 살길은 발사 연기가 아니라 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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