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합헌 불구하고 국회가 보완입법 나서야
위헌 시비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제기한 4건의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헌재 결정을 일단 존중한다. 하지만 그 결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김영란법에 문제점이 없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따라서 그간 제기된 합리적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가 보완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김영란법의 골자는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 임직원(배우자 포함)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한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4가지였다. 당초 입법 목적과 달리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 등을 적용 대상에 포함한 점, 배우자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한 점, ‘부정청탁’ 의미가 불명확한 점, 법률에서 정해야 할 금품 액수(식사·선물·경조사비)를 시행령에 위임한 점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교육·언론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공직자와 맞먹는 청렴성이 필요하므로 적용 대상에 포함한 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도 우회적인 부정한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부정청탁 의미도 모호하지 않으며, 허용되는 금품 가액은 유연한 규율을 위해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으로 김영란법 위헌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언론인 적용 부분을 합헌으로 본 데 대해서도 심히 유감스럽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400만명에 달해 실생활에 적용할 때의 혼란과 부작용이 적지 않을 터이다. 내수 위축 등 경제에 미칠 후폭풍도 걱정스럽다. 유명무실해진 접대비 실명제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꼼수들도 나타날 게 뻔하다. 법 적용의 실효성을 제고할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막판에 언론이 포함되는 바람에 언론 통제에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를 차단할 대비책이 반드시 요구된다.
반쪽짜리에 불과한 지금의 김영란법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당초 원안에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는데 국회가 빼버렸다.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가족의 정부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여야가 통째로 삭제했다. 이 부분을 다시 살려야 명실상부한 김영란법이 된다. 20대 국회는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말고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법 시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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