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추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31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4계단이나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1위를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다. 2011∼2013년 3년 연속 22위를 유지한 이후 재작년과 작년에 26위, 25위로 뒷걸음질치더니 올해 급격히 주저앉은 것이다. 이런 부진한 성적으로 중국(25위) 일본(26위)은 물론 태국(28위)에도 뒤처지는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 14개국 중 10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2위였던 홍콩은 이번에 전체 1위를 차지했다.
IMD는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세계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매년 평가하는 양대 기관이다. IMD 평가는 정부 효율성, 경제성과,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를 종합해 이뤄진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과와 기업 효율성 부문의 저조한 성적표 때문이다. 경제성장률과 취업자증가율 등 주요 경제지표로 평가되는 경제성과는 지난해 15위에서 21위로 내려앉았다. 저성장 기조와 고용 둔화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2.6%로 하락했고, 취업자증가율은 같은 시기 2.1%에서 1.3%로 떨어졌다. 수출 부진, 내수 침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 효율성은 37위에서 48위로 무려 11계단이나 폭삭 주저앉았다.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린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IMD 설문조사 기간(4월) 중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된 게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IMD는 통계와 설문을 섞어 평가에 반영한다. 정부 지적대로 특정 이슈가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기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의 낮은 윤리의식, 경영의 불투명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위기에서 ‘먹튀’를 보여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일부 오너가(家)의 슈퍼 갑질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만성적으로 취약한 분야인 노사관계 등 노동시장 분야가 35위에서 최하위권인 51위로 미끄러진 것도 기업 효율성을 크게 갉아먹었다. 그러나 기업 효율성을 평가하는 5개 세부 지표 중 ‘경영관행’이 53위에서 61위로 꼴찌를 기록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못지않게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IMD가 국가경쟁력 제고 대책으로 제시한 것 중 하나도 바로 기업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이 화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대기업 혁신을 위한 정책 대응도 절실하다는 점을 IMD 보고서가 웅변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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