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립되는 北 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해야 산다
북한이 31일 상반된 ‘행보’를 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20분쯤 원산 지역에서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미사일은 발사 단추를 누르는 순간 이동식 발사대에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15일 이후 벌써 네 번째 실패다. 당 대회를 통해 노동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으로서는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겼다.
같은 날 이수용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올해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한 고위 인사가 중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용은 스위스 대사관에 근무할 때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한 측근이다.
북한이 이처럼 동시에 ‘도발과 대화’라는 이중전략을 구사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을 둘러싼 국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잇따른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날로 세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와 유럽연합(EU)은 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송금과 금융서비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강력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러시아도 북한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며 이 지역 거점국가인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등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과 대규모 대표단의 중국 파견은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김정은 정권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대남 대화 공세를 펴다가 우리 측이 거부하자 미사일을 쏘아대는 한편 생존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는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점점 더 성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북한 당국이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해 ‘200일 만리마 전투’ 실시를 예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5월 초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쥐어짜려고들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정은 정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국제사회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그 대전제는 조건 없는 비핵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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