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혈세 투입 최소화해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4일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키로 하고, 재정과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효과적인 방안을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사자의 엄정한 고통 분담, 국책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 등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해당 기업과 채권자 등 시장에 보여줬다. 구조조정 재원을 재정으로 하느냐, 한은의 발권력을 통해 하느냐를 두고 충돌해온 기재부와 한은이 절충한 것이다. 정책조합(policy-mix)을 선택한 셈이다.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한은에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안은 지양해야 한다. 한은 대출이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관계기관의 결정 사항도 하나하나 뜯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자금 마련 시한을 오는 6월로 정한 점이다.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면 골든타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정부가 너무 느슨한 일정을 짠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어떤 형식이든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실기업과 채권자의 고통 분담, 국책은행의 자구계획 마련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이런 다짐이 헛구호에 그칠 우려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014년 453.2%에서 지난해 7308.5%까지 폭증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산은과 수은이 관리·감독을 하는데도 부채비율이 불과 1년 사이에 6855.3% 포인트 폭증한 이유를 국민이 이해하겠는가. 채권단이 업무를 해태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은 최대 9조원, 시중은행은 2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은 예상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시나리오별로 치밀한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조선·해운업체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감독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직원 수당과 연봉을 크게 올렸다. 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은 수은도 기본급과 복리후생비를 대폭 인상했다. 이런데도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국책은행의 후안무치와 도덕적 해이를 그냥 넘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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