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인원추방·자산동결은 국제사회 웃음거리
북한이 남한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응해 공단지역의 군사통제구역 선포, 남측 인원 추방, 입주기업 자산 동결, 서해선 육로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우리 정부가 ‘자진 철수’를 계획했지만 ‘즉각 추방’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북은 이와 함께 남북 간 군 통신과 판문점연락관 통로마저 폐쇄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이제 남북 연락 채널은 모두 단절됐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은 셈이다.
우리 정부가 전날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할 때 북이 이런 대응을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때 남측 자산을 동결한 전례가 있어 입주기업 자산 동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더 염려했던 건 남측 인원을 인질로 잡을 가능성이었다. 북이 국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추방으로 수위를 조절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의 이번 조치는 국제법과 국제 관행을 명백히 무시한 처사다. 북은 남측 인원 추방 시한(오후 5시30분)을 불과 40분 남긴 시점에서 남측 당국에 통보했다. 추방 사실을 전격 통보함으로써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임에 틀림없다. 공단 내 남측 자산 반출 문제를 놓고 벌어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작전이겠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북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초강수를 뒀지만 남측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북이 보인 화풀이식 대응은 김정은 정권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런 비이성적 조치는 여타 개발특구 해외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북의 비상식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단 내 남측 인원이 무사 귀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문제는 개성에 남겨진 입주기업 생산설비와 완제품, 원자재를 옮겨오는 일이다. 이는 북의 태도에 비춰볼 때 쉬운 일이 아니다. 북은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을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 것처럼 공단 설비를 자체적으로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도적질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주기업 자산 회수를 시도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국내에서 입주업체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입주업체 지원을 위한 정부합동대책반을 발 빠르게 가동한 것은 잘한 일이다. 입주업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만큼 그들에게 북의 동향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한편 진정성을 갖고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의 대응 태도에 비춰볼 때 북한 군부가 국지적 기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군의 철저한 대비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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