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락가락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업계 눈치만 살피나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30일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반영해 2030년 감축 목표는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높였지만, 국내 각 부문의 감축 기여도조정 방안이 없다. 감축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11.3%의 감축분은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법 등으로 충족시킬 계획이라지만 해외 배출권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게 가능할지 자체가 미지수다. 마치 개학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로 작성한 방학숙제처럼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의사결정 과정도 비민주적이었고, 그마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이명박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2009년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이런 녹색성장 전략은 당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주춤하던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말 신기후 체제 출범을 앞두고 ‘국가 스스로 정하는 감축 기여방안(INDC)’의 제출 시한인 6월이 다가올수록 정부는 감축 목표를 낮추기에 급급했다. 지난달 11일 발표한 네 가지 시나리오(14.7∼31.3% 감축안)는 2009년 약속을 파기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유엔 자문기구와 미국 등으로부터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애당초 산업계의 목소리를 편향적으로 반영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폭 넓은 참여를 배제한 탓에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결국 정부는 29일 당초 시나리오들보다 더 강화한 37% 감축안을 내놨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 또한 2020년 이후 10년간 감축량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약속의 ‘후퇴’로 볼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부담의 형평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정부는 유독 산업부문에 대해서만 감축 부담이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함으로써 특혜를 베풀었다. 지난해 초 발표된 ‘202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산업계 감축 부담은 18.5%였지만 이번에 대폭 줄었다. 이렇게 되면 발전, 수송, 가정 등 다른 부문의 감축 부담이 25.7%를 훨씬 더 초과할 수밖에 없다. 부문별 감축 계획은 유엔에 제출하는 INDC에는 명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부문별 대표들이 고루 참여하는 가운데 감축 부담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새로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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