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악에 당당히 맞서야

2015. 5. 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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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손발 묶는 악법.. 거부권 행사·위헌심판 청구 검토하라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신설한 국회법 개정은 무책임한 야당과 무능한 여당의 합작품이다. 여야는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제98조2의③항을 다음과 같이 고쳤다. "(국회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행정입법은 정부가 국회에서 제·개정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발령하는 것으로, 정부 고유 권한에 속한다. 입법부가 법률의 취지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수정·변경을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국회가 작심할 경우 정부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헌법에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심사하도록 돼 있다. 개정된 국회법 조항의 위헌 소지가 매우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법 개정 과정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합의 처리 조건으로 막판에 대통령령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우회 수단으로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 신설 방안이 논의됐다. 야당이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연계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여당이 위헌 소지가 다분한데도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무능의 전형이다.

청와대가 강력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국회법 개정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을 무력하게 만든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과 함께 개악 입법의 쌍벽을 이룬다고 하겠다. 개정 국회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옳다. 거부권 행사 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입법 과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국회가 재의결할 경우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청한 상황에서 국회, 특히 여당과 맞서는 게 부담스럽겠지만 정도(正道)라면 당당히 나아가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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