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의 논평보다 실천이 보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랜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중남미 순방과 뒤이은 와병으로 생긴 지난달 16일 이후의 국내업무 공백을 메우려는 듯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했다. 정치 및 4대 개혁, 성완종 관련 검찰 수사, 특별사면제도 개선, 공무원연금 및 국민연금 개혁 문제점, 경제 활성화 방안, 아베 일본 총리 방미와 대일 외교….
많은 국민이 대통령 발언에 귀 기울였으나 눈길 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했던 얘기를 종합했다는 느낌이다. 다 옳은 말이지만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 제시는 없고 원론적인 논평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늘 이런 식이었다. 작금의 국내외 현안은 최고 지도자가 주도하는 역동적 대응을 요구하는데도 매사가 느리고 소극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무총리 인선 지연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완구 직전 총리의 경우 중남미 순방을 위한 출국 시점에 사실상 경질이 결정됐음에도 여태 후임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년여 전에 제기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가 졸속 합의를 하자 뒤늦게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4대 개혁 중 노동 개혁은 논의 자체가 무산됐으며, 금융 개혁과 교육 개혁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외교는 4대국의 힘겨루기 심화로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됐으며, 경색된 남북관계는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총체적 난국(難局)이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두루뭉술한 내용의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당면과제 하나하나를 놓고 수석비서관과 장관을 독려해야 한다. 실천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지시는 대국민 홍보 도구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파문이 터졌음에도 직후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았다. 야당이 워낙 헛발질한 덕택이다. 국민 지지율도 높진 않지만 일정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 환경으로는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리더십을 발휘해 주요 국정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스스로 놓치는 꼴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국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할 경우 조만간 새누리당과 국회에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대선 예비주자들은 20대 총선(내년 4월)이 가까워질수록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대정부 공세를 강화할 것이 뻔하다. 그럴 경우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 무기력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각성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국정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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