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관계·외교 비사 공개는 국익에 반하는 행위다

2015. 1. 3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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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남북관계 및 외교 비사를 공개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위다. 회고록을 통해 자원외교 실패 등에 대해 변명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북한, 중국과의 비공개 접촉 내용을 시시콜콜 까발린 것은 국익을 도외시한 처사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본격 진행을 앞두고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회고록을 펴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선라인의 물밑접촉 경위를 공개한 것은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이 수차례에 걸쳐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며 정상회담을 구걸하다시피 한 것으로 묘사한 것은 작금의 남북관계에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다. 남북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천안함 사건 처리와 관련해 북의 속내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향후 대북 협상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북의 대남 비선라인이 이번 기회에 전원 잠적할 게 뻔하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과의 비밀대화 내용까지 책에 담은 것은 전직 대통령로서의 기본을 의심케 한다. 임기 중에 경험한 수많은 정상회담 내용을 모조리 공개할 작정인가. 원자바오 총리와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주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람들과 은밀하게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외교 관례를 정면으로 무시한 행위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느 누가 우리나라 대통령한테 속내를 밝히겠나.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 대한 이 대통령과 측근의 해명도 가관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다음 정부에 참고되도록 (회고록을) 집필했다"고 말한 것으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전 수석은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조언할 게 있으면 당연히 대통령직 인계 때 해야 하며, 그 후에는 현 당국자를 조용히 불러 전달해야 도움이 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이라도 지키려면 지금부터라도 입을 다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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