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잘 해야 하는가

2012. 12. 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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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4주년에 돌아보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국민일보가 창간 24년을 맞았다. 지령 7378호, 더 없이 푸르러서 일가를 이루는 창창한 나이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이 장성한 힘을 축적하기까지 국민일보를 성원해주신 독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창간기념일을 맞으며 우리는 여느 해보다 훨씬 무거운 책무와 소명의식을 새기고 있다.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랑' '진실' '인간'의 정신을 사시(社是)로 하는 국민일보가 이웃을 사랑하고 진실을 추구하며 인간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감당해야 할 정론(正論)의 책무가 남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선진국 진입로에 선 한국사회는 현재 해결해야 할 많은 현안과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권 말기에 되풀이되는 집권층 측근 비리와 인기하락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발전하는 사회에서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한 것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이라면 지구촌에 준철문명(濬哲文明)한 모습을 보여줄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세계인들이 감탄할 만한 우리 특유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족하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문명을 일굴 수 있는 지점에 왔으면서도 그것을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가장 근본적인 것이 삶의 안정성에 관한 것이다. 6·25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최빈국에서 60여 년이 지난 현재 국가경쟁력 20위권에 드는 기적을 일군 나라라는 평가를 우리는 받고 있다. 자부심을 갖기에 일견 충분하다. 그러나 더 앞으로 나아가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는 징후가 여러 군데서 감지되고 있다.

밤낮없이 일하며 물질적 부를 추구한 결과 수치상의 풍요로움은 일궈냈지만 정신적 풍요로움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중고교생은 과도한 경쟁의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고, 대학생은 학문연마나 수양보다는 스펙 쌓기의 훈련생으로 몰리고 있다. 졸업자는 일자리 문제로, 중년세대는 가족 부양문제로, 노년층은 은퇴 이후의 생존문제로 쫓기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성적(性的) 비리는 우리 사회의 윤리규범과 치안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진단을 부르고 있으며, 더 큰 테두리에서는 남북 긴장과 동북아 파고가 우리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후진적 정치와 사회갈등이다. 이 문제에 있어 우리 사회는 처방전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념·지역·계층을 넘어 최근에는 세대별 갈등까지 가세했고, 5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상처위에 소금을 뿌리듯 갈등 조성의 매개가 되고 있다.

반면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하기, 고난 극복, 단기간의 성취력, 높은 교육열, IT 확산과 같은 순발력, 쓰레기 분리수거, 질서 있는 거리응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류 확산과 같이 즉흥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도 추가할 수 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한국의 장단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회·국가적 시스템으로서의 안정성은 취약한 대신 국민적 역동성은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비교적 간명하다. 국민 개개인의 역동성을 소재로 국가적인 삶의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사회가 공유해야 할 가치를 창출하고 이끌어 올려야 한다. 정치권의 쇄신과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출현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제반 분야에서 가장 낙후돼 있다. 전근대성을 드러내는 한국의 정치는 특히 대선 때가 되면 물불 가리지 않는 불법과 비논리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보수진영은 오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비리와 단절해야 하며, 진보진영은 자력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단일화'라는 이름 아래 물리적 결합을 시도하는 낙후성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그래서 신선하고 미래의 비전을 갖춘 세력들이 편 가르기나 상대 비방에 빠져들지 말고 탁월한 정책과 인간적 순수함을 갖추고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이런 점에서 더 갖춰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그 사실을 직시하면서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큰 대한민국을 그리며 선거전을 치러야 한다. 오는 19일이 문제가 아니라 2017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는 아아(峨峨)한 눈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이 주한 외국인 및 외국인관광객 42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묻는 질문에 40.3%가 '도덕성'을 꼽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그 뒤를 이은 '리더십'은 19.7%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가를 대표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기에 무엇보다도 도덕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족하다.

누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거나, 반드시 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지성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좁디좁은 진영의 우물 속에 빠진 편협한 억지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파당에 물들지 말고, 평정(平靜)을 유지하면서 국가의 안정적 시스템을 더 잘 짤 수 있는 사람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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