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상대 협박과 갈취 박근혜 정권은 '약탈국가'였나

2016. 10. 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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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앞두고 측근들을 내세워 광고업체를 강탈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차씨 측근들이 지난해 6월 포스코그룹 계열의 광고사 인수를 앞두고 있던 한 기업체 사장을 찾아가 막무가내로 ‘회사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업체 사장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송 원장은 “회사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린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압박했다. 공공기관장 입에서 조폭을 연상시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송 원장은 “그들은 안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108가지가 넘는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송 원장이 ‘그들’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은 차씨 세력을 지칭한 것으로 차씨는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다. 또 송 원장은 차씨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최순실 권력’이 기업들을 상대로 협박과 갈취를 일삼는 과정에 국가권력이 해결사로 동원된 것이다. 5공 시절 전두환 정권 때 있었던 국가권력에 의한 기업 탈취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재벌이 약 800억원을 출연한 것 역시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뿐만 아니다. 두 재단이 설립된 후에도 최씨 측은 공권력을 동원해 각종 명목으로 재벌기업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기부했다가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되돌려 받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에 이미 17억원을 출연한 롯데가 추가로 70억원을 낸 것은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던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단 관계자들은 롯데그룹과의 면담을 전후해 최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기업의 약점을 이용한 강제모금에 검찰과 청와대 권력이 이용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안 수석은 지난 2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최씨 지시로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를 제안할 때도 이름이 거론된다. 재단 사무총장이 SK 관계자를 만나고 온 뒤 안 수석이 “VIP(대통령) 관심사안이다. SK와 얘기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왔다는 것이다. 또 올해 1월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 사업 미팅에 안 수석,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 김종 문체부 차관이 참석했다는 기록도 나왔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권력의 조종을 받는 ‘약탈국가’로 기능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직자가 국가권력을 공공의 이익이 아닌 남의 재산을 강도질하기 위해 동원했다면 그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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