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치약, 생활 속 화학물질 총체적 점검 필요하다

2016. 9. 28. 21: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폐섬유화 등을 유발하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에 폭넓게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CMIT/MIT 성분이 든 아모레퍼시픽의 11개 치약을 회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경산업·코리아나 등 10여곳의 생활용품에도 문제의 성분이 기준치 이상 들어있는지 현장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식약처는 치약에 포함된 문제 성분이 유럽연합 허용기준(15ppm)에 훨씬 못 미치는 극미량(0.0022~0.0044ppm)으로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사용 후 바로 물로 씻어내는 샴푸나 비누 등은 허용값 내의 CMIT/MIT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균억제제로 쓰이는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드러났듯 39명의 생명을 앗아간 독성물질이다. 또 식약처의 설명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CMIT/MIT가 퇴출 단계를 밟고 있다. 피부염과 호흡기 이상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치 후 헹군다고 하지만 극미량이라도 독성물질이 사람의 입안에 맴돈다는 것 자체가 찜찜한 노릇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와 업체 간 책임 떠넘기기를 목도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치약’을 밝혀낸 것도 정부나 업체가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식품의약국에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밝혀낸 것이다. 원료납품업체도, 제조사도, 정부도 까맣게 몰랐다니 어느 시민이 ‘인체에는 무해하니 안심하라’는 말을 믿겠는가. 이번에 드러났듯 소비자들은 지금도 생활용품에 함유된 독성물질의 폐해를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4만4000여종의 화학물질 가운데 단 510종만이 관리대상 물질이다. 그러니 이곳저곳 터지는 둑을 손으로 막는 대증요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 철저한 위해성 평가와 정확한 성분표시, 과장광고 규제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향후 정책의 키워드는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화학물질은 세균억제제나 방부제로 쓰이지만 기준량 이상으로 쌓이면 치명적인 독으로 변한다. 살기에 좀 불편하더라도 ‘화학물질 0시대’를 정책의 최종 목표로 삼아 하나하나 실천해 갈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맹독성으로 변하는 화학물질이 시민의 생활 속에 널려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