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나가는 새누리당과 사생결단의 정치
[경향신문]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어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게 나와 새누리당의 소신”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 대표의 복귀 요청은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의 뜻을 따라 국회로 돌아갔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요청을 거부했다. 나아가 정진석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오늘부터 지도부가 단식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색 정국을 원만하게 풀기는커녕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나 문제 해결보다 오기로 맞서는, 집단적 퇴행성을 보노라면 새누리당을 국정의 책임을 짊어진 집권당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 거부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정세균 의장과 야당이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했지만, 국회법 절차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표결을 밀어붙인 것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없는 한 수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깡그리 거부하며 국회를 마비시켰다. 그동안 민생을 외면한다고 야당을 비판해온 것에 비추면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이 대표는 어제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에서 “이번 단식이 정 의장이 정치생명을 잃거나 이 대표가 목숨을 잃어야 끝난다고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영부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야가 주고받으며 타협하라는 정 의장의 비공식 발언이 과연 서로 죽기 살기식으로 싸워야 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자는 이야기를 한 지 꽤 오래됐다. 민생문제 하나 해결 못한 집권당 대표가 국회의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분별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자세로 어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며,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민생·안보 불안을 조성한 책임에 두려워해야 할 집권세력이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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