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병우 난국 구경만 하는 이정현, 집권당 대표 맞나

2016. 8.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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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청와대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 국정의 주요 축인 집권당의 대표가 몸을 사리며 국정의 난맥상을 방치하고 있으니 박근혜 정권이 중심을 잃어도 대책이 없다. 새누리당 이 대표는 지난 9일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모든 판단기준은 국민이 먼저”라며 “청와대와 국민 시각에 괴리가 있으면 몇번이고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보름 동안 그가 보여준 행보는 정반대다. 당선 바로 다음 날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하더니 내내 청와대 방패막이 노릇만 하고 있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초 그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토론에서 우 수석의 퇴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표가 된 뒤에는 오로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돌아섰다. 정진석 원내대표에 이어 그제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중진 정우택 의원까지 우 수석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강성 친박(친박근혜) 의원을 제외하고는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게 당의 압도적인 여론인데 당 대표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것은 도로 친박당이 되더라도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런 긍정적인 역할이나, 정상적인 소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필요성과 야당에 대한 비판 등 대통령 홍보수석과 다를 바 없는 행보뿐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 등의 청문회 증인 불출석 고집으로 추경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여당 대표의 첫번째 역할은 소통하기 어려운 대통령에게 여론을 솔직하게 전달함으로써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이 청와대와 어느 정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이 대표를 보면 그런 관계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역대 어떤 여당 대표도 취임 초반부터 이처럼 청와대에 굴종한 사례는 없다. 그러고도 이 대표는 어제 전북도청에서 열린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 “지역을 가리지 않는 탕평인사를 이뤄내고, 새누리당도 변신과 변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변죽만 울리는 정치를 민생행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집권당 대표로서 현안의 중심으로 들어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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