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력주의가 낳은 지역균형선발 학교장 추천 소송전

2016. 8.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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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교 3학년생이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 학교장 추천이 잘못됐다며 효력정지를 주장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학교 측이 교과 성적이 가장 우수한 자신을 제쳐놓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다른 학생을 추천한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학생 측 주장이다.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 행복추구권, 교육받을 권리 등에 따라 학교장 추천을 받으려 한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추천 규정은 학교장 재량이며 정당한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학생이 합격하기 어려운 특정 학과를 고집해 합격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했다. 학생과 학교가 대학 입학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유쾌한 광경은 아니다. 사법적 해결을 호소하기에 앞서 교육적 차원에서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다. 교과성적 60%,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 40% 비율로 학생을 선발하며, 고교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학생 추천을 한다. 그러나 학교 성적이라는 정량적 지표와 비교과라는 정성 지표를 반영해 평가하다 보니 승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사실 비교과 영역은 평가하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만족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혼란을 이유로 지역균형선발전형 제도를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갈수록 교육양극화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감안하면 지역과 소득,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성을 완화할 수 있는 입시 제도는 더욱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은 물론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학력지상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어느 대학에 입학했느냐로 학생 개인의 사회적 위상과 출신고교의 명성이 갈리는 현실이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개인 능력이 아니라 대학 간판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고질병을 고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대입제도라 하더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교육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학력주의를 타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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