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주사고 은폐·검증실패 이철성, 경찰청장 자격 없다

입력 2016. 8.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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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고 은폐 경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 공직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 시 경찰관 신분을 속인 사람이 어떻게 23년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경찰총수 자리에 다가갔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를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청와대의 판단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책임진 사람은 직권남용과 횡령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받게 된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청와대가 언제까지 우 수석을 끌어안고 말도 안 되는 공직인사를 고집할지 우려스럽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1993년 강원경찰청 근무 당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경찰관 신분을 속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청와대 인사검증자료에 ‘음주운전 적발 시 직업을 다르게 진술한 사실이 있느냐’를 묻는 항목이 있고 이 후보자는 “‘예’로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답변한 바 있다.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 사고 조사과정에서 경찰관 신분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공직검증팀에 털어놨음에도 청와대가 그를 경찰청장 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특히 사고 당시 이 후보자는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차량 2대와 충돌하고 지급 보험가액으로 볼 때 차량의 80%가 파손된 것으로 나온다. 이 정도의 중대한 음주운전 사고를 냈는데도 경찰관들이 조사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신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보관 연한이 25년인 이 후보자의 수사기록을 경찰이 인사청문회 절차가 개시된 후 20일 넘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고 장소도 이 후보자 진술과 약식명령서에 기재된 내용이 서로 차이가 나는 등 의혹투성이다.

이 후보자는 음주운전 사고 시 신분을 은폐한 덕분에 아무런 징계 없이 2004년 총경으로 승진한 후 지난해 9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경찰청 차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후 “경찰조직의 기강해이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에 신분은폐를 하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그가 과연 무슨 염치로 기강을 거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동료 경찰관의 눈과 귀를 속이고 23년간 살아온 이 후보자가 이대로 경찰청장에 임명될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뻔하다. 14만명 경찰관들은 경찰총수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일반시민들에 대한 법질서 준수를 당부하기도 민망할 것이다. 그래도 청와대가 임명 강행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이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게 그나마 경찰조직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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