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법 합헌, 이제 관행·미덕으로 불린 부패 청산하자

2016. 7. 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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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법재판소가 어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은 공직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민간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4개의 쟁점에 대해 모두가 합헌이라고 판단,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은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을 포함한 것이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지, 언론의 자유와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7 대 2로 합헌 결정했다. 타당한 결론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공직자와 같은 범주에서 청렴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패 청산의 결정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토록 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자유 침해가 일부 발생해도 청렴도를 높인다는 사회적 목표가 우선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이 법은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의한 뒤 치열한 찬반 논쟁 속에 어렵사리 만들어졌지만 시행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이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 내용과 적용 대상이 복잡해서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여지도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과정에 고칠 점이 나타난다면 그때 검토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명절 때 주고받는 선물이 줄어들면서 농축산업, 유통업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용 대상의 폭이 큰 만큼 규정을 모르고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패사회로부터 탈출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그 부끄러운 이름을 지울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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