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해도 치유도 없는 위안부 재단 졸속 출범

2016. 7. 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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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2월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지 7개월 만에 ‘화해·치유재단’이란 이름을 내건 위안부 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다. 일본으로부터 10억엔(107억원)의 돈을 받고 위안부 면죄부를 발급했다는 비판에 아랑곳없이 정부가 재단 출범을 강행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한국 정부는 위안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기금을 출연키로 돼 있었다. 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재단 출범은 합의 사항의 이행이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재단 출범 소식이 전해진 후 “양국 정부가 재단의 사업내용을 조정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출연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돈을 언제 낼지, 재단이 어떤 사업을 벌일지 분명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이 출범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졸속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재단 사업에 끊임없이 간섭하며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와 연계시키려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는 재단을 출범시키기에 앞서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재단 출범에 찬성했다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가족들이 대신 의견을 표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태현 재단 이사장은 재단 출범을 둘러싼 논란에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소통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분명 어느 시점에서는 모두의 마음과 뜻을 한데 모아 같은 길 나란히 걸어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다가서려는 노력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재단이 일본 정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덜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역사를 왜곡해왔다. 그런 배경에서 출범하는 화해·치유재단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하며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 돈을 끌어들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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