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권 미세먼지' 정부 통계보다 더 나빴다니

2016. 5. 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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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도권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이 연일 희뿌연 미세먼지에 휩싸였다. 맑은 하늘을 바라본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대기가 좋지 않다. 기상청의 예보나 각종 정부 자료에 나오는 통계값보다 시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 체감도는 훨씬 높아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작성한 ‘지자체 도로이동오염원 배출량 산정 보고서’를 보면 미세먼지 기초통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종전의 통계는 차량 등록대수만을 토대로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을 계산한 결과를 담았다. 그러나 이 계산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차량 등록대수와 실제 통행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량이 자주 통행하는 지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연구원이 바로 이 통행량 자료를 근거로 통계값을 보정했다. 그 결과 수도권을 통행하는 차량이 내뿜는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기존 통계보다 8~9% 정도 더 늘어났다. 서울은 7.3(미세먼지)~12.12%(질소산화물), 인천은 18.95(미세먼지)~19.83%(질소산화물) 정도 더 오염됐다. 기초통계부터 다르니 시민들의 체감도 차이가 나고, 그에 따라 정부에 대한 불신도 생기는 것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30분의 1에 불과한 미세먼지를 흡입할 경우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미세먼지 때문에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이 700만명에 달했다.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석면·벤젠’과 동급 취급을 받은 것이다. 특히 노인, 유아, 임산부와 순환기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그러니 미세먼지는 지금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이상의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사용자만 위험에 노출된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미세먼지는 숨을 쉬는 모든 사람들이 흡입할 수 있는 ‘무차별’의 독성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이 1.1% 올라가고, 폐암 발생률은 9% 늘어난다.

이는 정부가 각 부처 간 힘겨루기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문제다. 부처 간의 이견으로 조율하기 어렵다면 국무총리, 아니 대통령이라도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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