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칙적인 위안부 재단 준비위 출범 안된다

입력 2016. 5. 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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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데도 정부는 이 합의에 따른 위안부 지원재단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성신여대 김태현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준비위원회는 어제 발족 회의를 열어 재단 설립과 운영 문제를 논의했다. 김 교수는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 할머니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는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단 설립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당장 준비위를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 할머니들이 위안부 합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일본의 법적 책임마저 모호한 굴욕적인 합의라고 보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당도 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재단설립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과 따로 가겠다는 일방통행이나 다름없다.

김 교수가 앞으로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애초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덜컥 합의부터 한 뒤 이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해 온 정부가 이제와서 목소리를 듣겠다는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 피해 당사자 및 시민사회와 만나 원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재단설립을 강행한다면 사회 전반에 걸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재단을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 인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키로 한 것은 얄팍한 술수다. 법정 법인으로 운영할 경우 여소야대 국회가 견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민간 주도임을 내세워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해보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매사에 정정당당하게 임하지 않고 틈만 나면 변칙과 편법을 구사하는 행태가 미덥지 않다.

김 교수는 어제 일본 측이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10억엔에 대해 일본이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배상 차원이라는 외교부의 그간 설명과 배치된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법적 책임을 발뺌해보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가깝다. 정부와 김 교수는 이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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