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만표 영장청구한 검찰, 검사 상대 로비는 수사 안 하나

입력 2016. 5. 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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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로비 의혹과 관련해 30일 홍만표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수사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홍 변호사 문제의 핵심은 현직 검사를 상대로 한 부당한 청탁 여부다. 구속이 본격 수사를 위한 신병 확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장청구 내용만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수사 의지를 읽기 어렵다. 검찰은 수사 착수 한 달이 넘도록 검사들이 그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는지에 대해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홍 변호사가 대형 비리사건을 다뤄 본 경험이 많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쉽게 증거를 남기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홍 변호사가 청탁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갔고 로비대상이 누구인지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렇다 할 수사 성과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홍 변호사가 로비명목으로 3억원을 챙긴 지난해 8월 검찰의 사건 처리는 여러 가지 점에서 정상적인 수사로 보기 어렵다. 정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빚을 갚기 위해 회사 돈을 횡령했음에도 검찰은 도박죄보다 형량이 훨씬 큰 횡령죄를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또 올해 1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정씨가 청구한 보석에 대해 ‘법원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정씨가 329억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 혐의로 2013년 초 서울경찰청의 조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돼 2차례 무혐의를 받은 과정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검찰의 두 번째 수사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 지 4일 만에 담당 검사가 무혐의 결정을 내려 윗선의 외압을 의심케 하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검찰로비를 부인하고 있고 앞으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홍 변호사는 지난 27일 검찰에 출두해 탈세를 시인하면서 검찰조직을 상대로 한 영향력 행사는 부인한 바 있다. 구속영장 청구 사실만 보면 일단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홍 변호사 의도대로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검찰이 자신의 조직에 미칠 엄청난 후폭풍을 우려해 탈세 등 개인비리로 홍 변호사를 구속한 후 시간벌기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이 한 점 숨길 게 없다면 당장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당한 사건처리에 책임이 있는 검사들을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정 대표 사건 처리 당시 결재라인에 있었던 검찰 수뇌부를 의식해 적당히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수록 상황은 검찰에 불리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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