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협력업체 12만 노동자의 피해 사소하지 않다

입력 2016. 2. 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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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당장 124개 입주기업이 생존 터전을 잃게 됐다. 제품을 반출할 여유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정부의 중단 결정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입주기업이 입을 피해와 그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70%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섬유·봉제 업체이다. 봄·여름 의류 신상품을 주로 생산하는 요즘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흘간 철수작업을 하라고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북측이 어제 오후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관계자들을 전원 추방했기 때문이다. 입주기업은 빈손으로 개성공단을 빠져나와야 했다.

입주기업뿐 아니라 5000개 협력업체와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12만4000명도 곤경에 처했다. 전면 중단이 지속되면 입주기업의 60~70%가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주기업이 무너지면 협력업체 상당수도 연쇄 도산하거나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중단이 수만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체 부지를 물색하고, 입주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새로 공장을 지은 뒤 노동자의 기술이 숙련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5년가량 걸린다. 그 기간을 버텨낸 뒤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남측 인건비는 개성공단의 10배여서 타산을 맞추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측의 자산 동결로 5000억원이 넘는 시설·설비를 옮길 수 없게 됐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부가 입주기업에 지급할 보험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 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이어서 결국 쓰지 않아도 될 국민 세금을 쓰는 셈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때 정부의 ‘5·24 조치’로 2013년까지 남측의 직접 피해액이 15조8239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면 그 피해액은 5·24 조치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섣부른 조치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은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 조치로 정부는 그 역할을 포기했다. 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왜 남한 입주기업이 처벌받느냐는 비판에 정부는 할 말이 있는가. 정부는 이 실책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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