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국 맞은 개성공단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경향신문] 북한이 어제 기습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개성공단 내 설비와 물자, 제품 등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남측 인원들을 추방 형식으로 남측으로 돌려보냈다. 북한은 남북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관 채널도 끊었다. 이로써 개성공단은 가동 13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됐다. 남북 간에는 교류·협력 중단은 물론 최소한의 소통마저 단절되는 암흑기가 도래했다.
북측의 공단 폐쇄 조치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남측의 공단 가동 중단이 부당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것이 공단 폐쇄의 명분이 될 수 없다. 개성공단을 폐쇄할 권리는 남북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2013년 개성공단 합의는 남북 모두에게 적용되는 책무이다. 북한은 자신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이번 사태의 원인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어제 성명에서 밝혔듯이 “개성공단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협력의 상징”이라면 설령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개성공단 유지·발전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개성공단이 북한 노동자 5만명과 그들의 가족 등 20만명의 생계의 원천이 돼온 점을 북한 당국은 주목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 책임의 일단이 북한에 있지만 정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카드’를 꺼내들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이 강수로 응수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가동 중단 조치를 강행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단 가동 중단의 절차와 방법도 문제가 많았다. 남측 인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가동 중단 조치부터 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로서 무책임한 일이었다.
남측 인원이 추방 형식으로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한국 기업의 개성공단 내 기업활동을 금지하고 재산권 행사를 막는 데 대한 법적 근거도 없었다. 아무리 북한 도발에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법을 위반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행위의 정당성을 잃을 뿐 아니라 북한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밖에 없다.
지난 이틀간 남북은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소모적이고 비평화적인 공방을 주고받았다. 남북은 상대의 잘못된 선택에 잘못된 선택으로 맞받아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한반도를 냉전과 군사적 대결 시대로 회귀하게 만든 역사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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