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의 의사 표현 막는 위헌적 공포 통치
정부가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의 참가자 전원을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2차 대회가 불법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폭력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참가자 모두가 불법 행위자라는 것이다. 경찰은 ‘체포전담반’으로 불리는 경찰관 기동대도 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나라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민주국가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체포전담반은 5공화국 시절 악명을 떨친 ‘백골단’을 연상케 한다. 사복경찰체포조를 일컫는 백골단은 집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무장한 채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 시민의 팔을 꺾고 목을 잡아채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부가 독재시대의 상징인 백골단을 다시 가동하겠다니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경찰이 2차 대회를 사전에 불허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 제21조제2항은 집회 결사에 대한 행정권력의 허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불법폭력 집회의 가능성을 들어 집회를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있다. 대법원도 집회 신고가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다는 이유를 내걸어 헌법상의 시민권을 훼손하고 있다.
2차 대회 주최 측이 평화집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찰은 그마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주요 도로를 장시간 점령하고 행진한다면 폭력이 없더라도 준법 집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집회를 선별 허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폭력이 없는 평화 집회라도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회는 한국의 소통 구조상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드문 수단 중 하나이다. 이를 막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아예 듣지 않겠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이 같은 위헌적 공포 통치를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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