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개혁 방치하고 공천 싸움만 하는 여당지도부
새누리당의 1·2인자인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총선 공천규칙 문제를 두고 공개 석상에서 정면충돌했다. 김 대표는 비박근혜계 핵심이고 서 최고위원은 친박근혜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집권당 양대 계파의 수장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격이다. ‘밥그릇’ 앞에서 체통도 염치도 모두 내팽개친 모양이다.
사태의 발단은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변용한 ‘우선공천제’를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는 한 언론의 보도였다. 서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가 떡 주무르듯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는 참고 있다. 이제는 용서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김 대표가 “언론사에서 보도된 것까지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하자 서 대표는 다시 “김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너무 자주 한다”고 맞받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어제 총선 공천방식을 결정하는 특별기구를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계파 간 이해가 충돌하면서 의결에 실패했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던 여당이 시민의 삶과 무관한 공천권을 놓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모습은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다. 선거구 획정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법정 시한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비례대표를 줄여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자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의 등가성’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앞세우는 형국이다. 선거구 획정 작업이 마냥 미뤄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권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무책임하고 오만한 여당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분 사태로 시끄럽던 지난달, 새누리당에선 이런 비판이 나왔다. “당내 분란도 조정·통합 못하는 야당이 어떻게 사회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야당에는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황진하 사무총장)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밥그릇 다툼은 야당의 내분보다 훨씬 더 나쁘다.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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