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의 노동개혁을 부러워하는 한국의 보수에게
재계와 보수층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위한 노사정위원회 합의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유럽의 노동개혁 열풍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노동개혁 모델로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내세운 데 이어 최근 다른 유럽 국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유럽의 노동개혁을 한국의 ‘노동개혁’과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한국의 노동개혁은 사실 하르츠 개혁을 잘못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하르츠 개혁은 고용유연성과 함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한국의 노동개혁은 고용유연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 ‘조금 덜 일하면 모두가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만든 35시간 근무제를 노사 자율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 68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놓고도 추가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힘겨루기를 하는 한국의 노동개혁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추진하고 있다는 노동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 파업 시 투표율 50%에 득표율 40%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개정안이 어떻게 대처 정권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경한 파업제한 조치인지 한국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공공·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투표자의 40%가 아니라 재적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파업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영상 해고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총리가 노조로부터 달걀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반대파업 시 형사처벌에 손배 폭탄까지 각오해야 하고 이제는 저성과 해고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실업급여 축소도 유럽과 한국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프랑스는 28개월 동안 4개월 이상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18개월 동안 6개월 이상 일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그나마도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가 너무 많이 나간다고 판단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재직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리려 한다. 영국은 실직 후 2년 이상이 되면 1주일에 30시간의 공공근로를 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노동개혁으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길어야 8개월인 한국 노동자들은 2년이 넘어서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영국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재계와 보수층이 유럽을 부러워하기 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과도한 복지가 노동 의욕을 감소시키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개혁해야 할 것은 장시간 저임금,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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