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쓰임새 수상한 '특수활동비' 국회 통제 강화해야

입력 2015. 8.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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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본회의가 ‘특수활동비’ 문제를 둘러싼 대치로 무산됐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에 특수활동비 개선소위를 두는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국회에 보고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활동과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일컫는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어 사적 유용 가능성이 크다. 올해 특수활동비는 19개 부처에 총 8810억원이 편성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4782억원이 국가정보원 몫이고 국방부와 경찰, 법무부도 상당 규모를 배정받았다. 기획재정부는 특수활동비 오남용을 막겠다고 밝혀왔으나 실제로는 관련 예산이 매년 증가해왔다. 힘있는 기관들이 ‘쌈짓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3년 국정감사 당시 국정원이 심리전단 직원 김모씨의 ‘정치 댓글’ 작업에 동원된 민간인 조력자에게 3080만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야당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정보·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가 민간인 사찰과 신공안통치를 위한 활동에 쓰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 운영위원장 당시 받은 ‘대책비’ 중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도 상임위원장 직책비 일부를 자녀 유학비로 썼다고 털어놨다.

시민에게는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의회가 정부 예산 편성을 통제하고 그 지출을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전비(前非)’가 있는 국정원에 대해선 예산을 더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국회 역시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규모를 삭감하는 등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홍 지사가 논란을 빚었을 때 “국회 특수활동비를 모두 신용카드로 쓰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은 ‘기밀 유지’ 등을 내세우며 소위 신설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석 달 전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었나. 여당은 군색한 핑계 대지 말고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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