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구조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나서라

입력 2015. 7. 31. 21:28 수정 2015. 7. 3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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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여당 지도부와 만나 노동개혁을 강조한 이후 노동개혁이 하반기 정치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동개혁을 놓고 여야 각 당이 활발하게 제안과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최고위원을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해 활동을 개시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역임한 추미애 최고위원을 앞세워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의당도 어제 노동개혁을 다룰 국회 내 대화기구 설치를 제의하며 논의에 합류했다. 정치권 전체가 노동개혁을 이슈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노동개혁의 논의 결과가 기대된다.

노동 문제는 민생을 좌우하고 복지 수준을 결정할 중대 사안이다. 고용 없는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목표를 명확히 한 뒤 그에 맞춰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는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표단·정책위 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의 중심은 격차 해소와 상생협력,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와 장년과 청년 간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문제 등의 해결이 주된 목표라는 야당의 주장과 표면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표방하는 노동개혁의 목표와 의제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개정을 중심으로 한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도 일반해고를 도입하는 내용의 2차 추진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노동구조를 개혁한다고 하면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일관되게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주 발표한 청년실업 대책만 해도 청년인턴과 직업훈련 등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임시직을 양산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와 청년실업 해소가 개혁의 목표라고 하니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겠는가. 새누리당이 진정 청년실업과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쪽으로 노동개혁을 하겠다면 노동개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의구심부터 거둘 수 있도록 의제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토론회 등을 통해 노동개혁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방향대로 밀어붙이면 속으로는 사용자 편을 들면서 겉으로만 노동자를 위하는 척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떤 구조에서 논의할 것이냐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논의구조에 대한 여야 입장이 갈리는 것은 우려스럽다. 새누리당은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4월 노사정위에서 탈퇴한 한국노총이 최근 조건부 합류의사를 밝힌 만큼 기존에 해오던 방향으로 재논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국회 내에 새로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활동을 놓고 볼 때 노사정위는 실패한 기구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 도출에 번번이 실패했고, 주요 당사자인 민주노총은 빠져 있다. 노동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못한 청년 대표와 비정규직 대표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기존 노사정위 대신 새로운 논의기구를 국회에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동개혁은 상당 부분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회 내에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회 내 논의기구는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 대표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도 편리하고, 조정력이 있는 정당들이 협상의 진전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문제를 논의할 때도 이 같은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성공한 바 있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은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입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성급한 생각이다. 노동개혁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합의되는 사안은 먼저 처리해야 하지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한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각 당이 초당적으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 내년 선거에서 재미볼 요량으로 접근해서는 제대로 된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 “내년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이 허언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노동개혁 논의를 통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여야 정치권이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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