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발 뗀 대선자금 수사, 면피성은 안된다

2015. 5. 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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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해온 검찰이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대선자금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수석 부대변인으로 일했던 김모씨의 대전 소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김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연루된 인물을 겨냥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앞서 경남기업의 ‘금고지기’였던 한장섭 전 부사장으로부터 ‘대선 무렵 성 전 회장 지시로 김씨에게 줄 2억원을 마련했으며 실제로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성 전 회장은 이와 별개로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12년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두 2억원’이 별개의 자금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검찰은 충분한 수사 단서를 갖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소환 조사하고 불구속 기소 방침을 언론에 공표한 뒤에는 열흘 가까이 침잠했다. 대선자금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이유다.

그런 검찰이 뒤늦게나마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석연찮은 대목은 여전하다. 검찰은 어제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한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등 6인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전에 파악해 둔 자금 흐름을 제시하며 소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정 사건에 연루된 6인에 대해 한꺼번에 서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면조사는 통상 소환조사 등 강제수사가 여의치 않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 6인을 조사했다는 ‘기록’만 남기고 정권과 연루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정권의 정통성이 걸린 사안이다. 검찰이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는 덮으려 한다고 덮일 사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덮는다 해도 언젠가는 또다시 불거지고 쟁점화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비롯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 검찰에 퇴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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