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7개월 연속 경상흑자 행진의 그늘

2015. 5. 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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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경상수지가 103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이런 추세라면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이어진 역대 최장 흑자 기록을 다시 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987년 연간 수준으로 경상흑자 10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이제는 월간으로 100억달러를 기록할 수준이 됐으니 격세지감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외화 부족으로 가슴을 졸였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흑자가 지난해의 892억달러 수준을 넘어 9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다는 것은 나라 곳간이 풍성해지면서 대외신인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것을 경제가 탄탄대로를 걷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실제 통계 속에는 여러 가지 위험신호가 감춰져 있다. 당장 흑자구조가 좋지 않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8.4% 줄었고, 수입은 16.8%나 감소했다. 경상흑자는 수출입이 비슷하게 증가하면서 늘어나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흑자는 수출입이 동시에 줄고, 특히 수입이 더 크게 빠지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개운치 않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은 경기불황으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위축된 데다 국제유가 하락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수출 역시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다 유럽·일본 등의 침체 영향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서는 그나마 버팀목이던 대미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4대 교역권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과도한 경상흑자는 한국의 교역적자국으로 하여금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수출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고리로 작용할 게 뻔하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마저 여의치 않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힘겹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 대다수 국민들이 경상흑자 행진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은 경상흑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불황형 흑자를 장기간 방치하다 자초한 것이다. 불황형 흑자가 고착되기 전에 적절한 흑자관리가 필요하다. 기업 역시 수출로 번 돈을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발전, 중국에 치우친 교역구조 개선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야 할 부문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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