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군 성폭행 지휘관 감싼 송영근, 국회의원 자격 없다
군 지휘관들의 부하 여군에 대한 성폭행이 '외박을 못 나가서 야기된 문제'라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발언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망발이다. 송 의원은 육군 여단장의 여부사관 성폭행 사건에 대해 "여단장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40대 중반인 사람이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측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지휘관들의 범죄를 '외박도 안 나가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생긴 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국회의원, 그것도 군을 상대하는 국회 국방위원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경악스러운 발언이다. 군 성범죄의 근본 원인이 외박 못 나간 지휘관들의 성적 욕구 때문이라는 무도한 인식이야말로 군내 성범죄를 조장·온존시키는 주범이다.
더욱이 송 의원은 문제의 여단장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부사관을 꼬박꼬박 '하사 아가씨'라고 불렀다. 아가씨라는 표현만으로도 성희롱일 뿐 아니라, 피해 여군의 아픔이나 인권에 대해서는 일말의 이해도 찾아보기 힘든 또 다른 폭력이다. 송 의원은 기무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중장 출신이다. 군내 성폭력을 감싸고 변호하는 것도 모자라 천박한 성차별 인식을 드러낸 송 의원의 발언이 단순 개인이 아니라 군대 지휘부의 보편적 의식을 반영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송 의원 같은 군 장성들이 만들어 놓은 '군문화'가 군대 내 폭력, 여군들이 고통스럽게 당하는 성폭력·성희롱 문화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군내 성군기 위반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여군 상대 성범죄는 최근 5년간 적발된 것만 83건이다. '외박' 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신 나간 발상으론 성범죄 근절을 이뤄낼 수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철두철미 적용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송 의원은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회 군 인권개선·병영문화혁신특위 위원을 사임했다. '유감' 운운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군 지휘관들의 부하 여군 성폭행을 비호하고, 피해 여군들의 인권마저 짓밟은 송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구차한 변명 따위는 접고, 국민 특히 여군들에게 엎드려 사과부터 해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상응하는 응분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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