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부의 엉뚱한 북한 장거리 로켓 대응

경향신문

통일부는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장거리 로켓 개발에 모두 13억달러(1조4066억원)를 투입했다면서 옥수수 460만t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로켓 개발)에 이런 큰돈을 쓴다는 게 안타깝고, 또 이런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7일에도 북측에 2000년 식량차관의 상환을 촉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네 번째로 전달했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북한 주민의 식량 수년치를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지난주 17억4000만달러를 로켓 개발 비용으로 제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올해 첫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비용을 8억5000만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개발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대북 비난에 활용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특유의 견강부회다. 남측의 나로호 개발에 지금까지 5000여억원이 투입된 것에 비춰보아도 과도한 비용 산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다시 어림짐작의 수치를 내세워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북한 장거리 로켓 문제를 해결할 아무런 방안도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꼴이다. 북한의 식량차관 상환 문제 역시 일단 남북이 마주 앉아 북한산 광물의 대체상환을 비롯한 해법을 모색할 사안이지 몇 차례씩 상환 요구 통지문을 북측에 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대북 교류·협력은 물론 당국 간 대화의 문을 스스로 닫은 것은 5·24조치 이후 이명박 정부의 패착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해 안보 우려 계층의 지지를 끌어모으려는 꼼수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가 핵실험과 함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려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1874호에 따라 탄도미사일 개발활동이 제한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치를 들이대고,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된 뒤에야 논의할 사안을 들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특히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며 통일 관련 사무를 담당해야 할 통일부가 이러한 선전전에 나서는 것은 부처의 법적 존재 근거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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