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9·1대책'으로 규제 풀리는 재건축

김순환기자 2014. 9. 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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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1991년 준공 108만가구 수혜.. 문제는 '사업성' '국회통과 여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력한 경제 살리기 정책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옥죄던 각종 규제가 속속 풀리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9·1부동산대책) 발표를 통해 재건축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택지공급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재건축 연한 30년으로 완화 ▲구조적 결함이 있을 경우 연한과 관계없이 재건축 가능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기준 폐지 등을 담아 이른바 '재건축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토부는 9·1부동산대책으로 1987년부터 1991년 사이에 준공된 전국 아파트 108만 가구, 서울지역 24만8000가구의 재건축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관련 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가능한 상황이어서 재건축사업 활성화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1대책 이후 빨라진 재건축시장의 변화와 투자대상·시기 등을 들여다본다.

1. 재건축 규제 뭐가 풀리나

정부는 9·1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과 안전기준, 소형주택 의무 건축 연면적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재건축 가능연한의 경우(서울시 기준 40년) 30년으로 완화했고, 재건축 안전진단 시 주거환경 비중도 현행 15%→40%로 강화했다. 또 재건축 시 85㎡ 이하 의무건설 비율(연면적 기준 50%)도 폐지했다. 공공관리제도 개선해 주민 과반수 찬성 시 사업인가 이전에 시공사 선정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재건축 연한만 충족하면 구조상 문제가 없어도 주거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들 규제는 재건축 시장을 옥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건축 연한규제 완화로 재건축 대상이 될 아파트는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로 전국 108만 가구이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약 10만 가구가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풀겠다고 발표한 재건축 연한규제 완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고시개정),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제한 완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고시개정), 공공관리제 개선(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고시개정), 안전사고 우려 주택 관리강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등은 국회 입법사안이어서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2. '대못 규제'는 여전

재건축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돼야 한다. 이들 규제는 부동산 시장 거품 시기에 나온 것으로 재건축업계에서는 대못 규제로 꼽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할 때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등에 연동시켜 책정하는 방식이지만 일정한 상한선을 둬 건설사들의 주택설계 다양성과 고급 건자재 사용 등을 막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평균 3000만 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인데 2008년 이후 주택가격 하락으로 실제 환수된 재건축단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관련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이 반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3. 공공관리제→공공지원제

서울시 등 자치단체들은 단체장이 공공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 참여해 공공관리자로서 조합 임원의 선출 및 시공사 선정 등 사업 각 단계에 개입해 사업 진행을 돕는 공공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는 정비사업 기간의 단축 및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오히려 재건축사업을 더디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바꾸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야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었으나 조합의 자금조달 등을 고려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겨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4. 리모델링서 재건축 선회 조짐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등지에서 활발히 추진되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사실상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재건축 문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87년 준공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아파트, 1992년 준공된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와 대청아파트 등은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다시 재건축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조기 재건축이 가능해짐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들이 분담금 등을 감안해 재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 추진 절차는 어떻게 되나

재건축 추진 절차는 준비, 시행, 완료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준비 단계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 ▲안전진단 실시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정비사업조합 설립 등으로 진행된다.

이어 시행단계는 ▲시공사 선정 ▲건축심의, 환경과 교통 영향평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아파트 철거 및 착공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완료단계의 경우 ▲아파트 일반분양 (조합원 배정 후 잔여아파트) ▲준공인가 및 입주 ▲소유권 이전등기 ▲정비사업조합 청산 순으로 진행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서울 재건축 사업장 기준 평균 재건축 소요 기간은 107개월, 8.91년가량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6. 재건축 본격 활성화될까

재건축 연한규제가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호가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전체 재건축 시장이 크게 활기를 띠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기존보다 간소한 절차를 통해 재건축을 앞당겨 추진할 수 있지만 주변 집값이 낮아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보유한 집값보다 재건축 후 예상 집값이 높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재건축 후 수익이 나려면 일반분양분이 많아야 하고 사업기간은 짧아야 한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들도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이 멈춰선 단지가 많다.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50여 개 단지 중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곳은 개포주공, 반포 삼호가든4차 등 10여 개 단지에 불과하다.

7. 유망 단지와 투자 시기는

9·1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재건축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나올 경우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가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이 130% 이하인데다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주차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은 것도 재건축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동 우성 6, 7, 8차 아파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아파트,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도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재건축 수혜 대상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형 호가가 2000만 원 정도 올랐다. 목동 7단지는 9월 이전 10건이었던 급매물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조합이 구성된 재건축 단지의 경우 급매물 중심으로 매입 시기를 저울질해보고, 재건축조합이 구성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올해 하반기가 매입의 기회가 될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다만 섣부른 투자보다는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의 처리 여부, 관련 지역 지역정보를 통한 재건축 시기 등을 면밀히 지켜본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8. 용적률이 성패 좌우

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의 성패는 아파트단지 용적률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용적률이 낮을수록 배당되는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목동아파트의 경우도 재건축 연한 단축에 따른 수혜단지 수가 많은 데다 용적률이 110∼130%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강남권도 단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압구정동, 잠원동 등 한강변 아파트는 대치동이나 서초동 일대 아파트보다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많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180%가 넘는 곳도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9.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경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다. 비싸더라도 사 놓기만 하면 재건축 후 보유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실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도곡렉슬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사업승인이 떨어진 2002년 1월 43㎡ 시세가 5억7000만 원 선이었는데 입주시점인 2006년 2월 추가 분담금 2억 원을 내고 배정받은 144㎡의 당시 시세는 무려 18억 원에 달했다. 시세차익이 10억 원을 넘은 것이다.

서초구 반포주공2단지 60㎡ 소유자도 재건축 후 반포래미안퍼스티지 114㎡를 무상 혹은 1억 원 전후 추가 분담금만으로 배정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밖에 반포주공3단지(반포자이), 도곡주공2단지(대치아이파크), 송파구 잠실주공1단지(잠실엘스), 잠실주공2단지(잠실리센츠) 등도 재건축을 거쳐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현재 기준으로는 '재건축 = 로또' 공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과거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워낙 낮아 '경제성'이 뛰어났으나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용적률이 높은 편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떨어져 있는 시기여서 시세차익도 많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각종 규제들이 모두 풀리지 않는 한 재건축사업으로 큰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 건설·주택 시장 영향은

건설업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대폭 완화에 이어 재건축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요자들이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착공 물량이 증가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건축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대형사들은 다시 주택팀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향후 10년 동안 연간 3조 원 이상의 재건축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면서 사업 수주를 위한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또 재건축아파트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주택경기도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 신규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김순환·장병철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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